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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문/문화/역사 No.303
아를레트 파르주 지음
문학과 지성사
선정과 글. 문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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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아카이브는 우리의 오!재미동 아카이브와는 조금 다른 공간이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200년 뒤인 1989년에 출간된 이 얇은 에세이집의 저자는 18세기 파리의 형사사건 아카이브로 우리를 데려간다. ‘18세기 파리의 식품 절도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오랫동안 아무도 읽지 않은 필사 자료들을 매만지며, 얼음처럼 차가운 종이 속에 들어있는 무명씨들의 말들을 녹여 역사로 되살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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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읽고 베끼는 경찰 조서 안에서 세탁부, 행상인, 좀도둑들은 ‘역사가 대화 상대로 삼아야 하는’ ‘특별하고 자율적인 존재’(p.98)이며, 그들의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문답’과 ‘어긋난 말들, 이상한 말들’, ‘분석에 저항하는 말들(p106)은 ‘기존 지식의 질서를 흐트러트리는’ (p.93) 아카이브의 지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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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경찰서나 법정의 심문에 응하는 여성들은 남성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답변하는데, 그들은 ‘관습적으로 여자들의 표현 방식이라고 간주되는 한탄이나 감정적 호소나 동정 구걸 등에 의지’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격하고 결연하게 언성을 높이는 방식을 선호한다’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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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적 생각 아래 가려졌던 실제 삶들을 엿들을 수 있는 곳, 자신의 삶을 살아간 평범한 이들의 흔적이 있는 아카이브에서 그는 ‘역사와 엉켜있지만, 역사 밑에 깔려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 속에 녹아 있는 것도 아닌’ 인간을 살려내려 한다.(p.114) 그는 미셸 드 세르투(1825~1986)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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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사라져버렸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 사라져버렸다.
역사를 쓴다는 것은 애도의 한 방식이다
[...] 역사가는 죽은 존재들을 위로하고 폭력과 투쟁한다.” (P.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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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써야 하는 이유는 죽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 “살아있는 존재들 사이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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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오!재미동 갤러리에서는 <영화의 역사>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2004년 충무로 역사 내의 개관식부터 지금은 없어진 편집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아카이브의 풍경까지 100여장의 현장 사진들 속에서 골라낸 오!재미동의 순간들이 별자리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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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카이브 탁자에는 여기 오는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는 노트가 있다. 앞서 적은 것처럼 오!재미동 아카이브는 이 책에서 말하는 아카이브와 조금 다른 공간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아카이브 취향‘, 지금 현재-미래-과거에 살아있는 모든 평범하고 특별한 우리의 말들, 그 속에서 반짝이는 여러 역사들과의 마주침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아카이브 노트에서도 비슷한 즐거움을 만날 것이다. 오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하루가 그러하듯이, 우리가 오!재미동에서 만지고 쓰는 말과 이미지들은 비록 아무리 사소해 보일지라도, 다른 시간과 다른 장소와 다른 이야기로 되살아날 수 있다. 파르주는 그것을 역사라고 불렀다. 아마, 오!재미동의 역사는 그렇게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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