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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GV

오!재미동의 상영전을 통해 여러 분과 만났던 작품들의 리뷰가 모아져 있습니다.
GV에는 보통 감독님들이 오십니다. 감독과 관객이 소규모 극장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들, 시간을 담아둔 공간 입니다.
  •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두 가지 경로
  • 다큐멘터리  |  2009  |  0분  |  한국
  • 감독 홍형숙
  • 등급 전체
  • 상영일 : 2011.01.21~2011.01.31

작품리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두 가지 경로
 <경계도시 The Border City(02)> & <경계도시 2(09)>

대개 어떤 사람의, 특히 오랜 세월에 걸친 개인사의 굴곡진 사연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비단 다큐멘터리만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인물에 초점을 맞춰 그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게 함으로써 인생의 이면을 통찰하는 장르로서 다큐멘터리는 더욱 특기를 발휘하곤 한다. 시간적인 흐름 속에서 인물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자료화면 등을 통해 동시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그 인물의 육성을 통해 심경을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묵은 냉전의 시대에 경계의 존재로 유명했던 도시 베를린에는 현재 그 경계가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다른 분단의 경계에 속박되어 살아가야 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있다. 경계는 늘 경계 이쪽이냐 저쪽이냐 양자택일 할 것을 강요하고 그 선택은 목숨을 걸고 이루어져야 한다. 가끔은 그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망명자의 신분을 자처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척박한 땅에서 목숨은 구했지만,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상실감과 조국으로부터 거부당하는 상처와 갈수록 짙어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처덕처덕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살아야 했다. 그런 점에서 베를린이라는 도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연을 지닌 수많은 경계인들이 모인 곳이다.

그 중에서도 재독철학자 송두율은 경계인의 정체성을 십분 발휘하는 활동을 하면서 ‘경계’에 대한 고민을 첨예하게 실천적으로 펼친 인물이다. <경계도시>은 관객이 송두율의 개인사를 들으면서 아버지의 임종마저도 할 수 없었던 그의 사연에 감정을 싣도록 한다. 작품은 “늦봄통일상” 수상을 위해 한국 입국을 시도했던 2000년 여름 송두율 부부의 상황을 뒤따라가는 것과, 송두율 사상의 궤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학업의 역사와 사상의 맹아를 듣는 것이 주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내에 감독은 1인칭 나레이션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만, 게다가 입국이 불가능하다고 판명된 순간 아내인 조정희 여사와 껴안고 눈물을 나누는 등 감정적인 장면의 등장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사실 감독의 어조는 기본적으로 매우 차분하고 정서적인 거리감을 내내 유지한다. 그것은 장중하고 격정적인 말러의 음악이 흐르는 중에도 송두율이라는 인물을 관찰하는 시선의 거리를 잃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감독은 국정원의 위협적인 간섭이 있었던 상황과 자막을 통해 “누군가에 대해 말한다는 일상적인 행위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그것은 큰 자극이 되지 않는다. 냉전적인 적이 규정된 사회에서 누군가에 대해 말한다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일상적으로 널리 퍼진 공공연한 원리였다. 그것에 새삼 자극을 받기보다는 송두율이라는 한 개인의 고통의 깊이와 모양을 공감하고자 하는 것에 감상의 지레가 기울게 된다. 인물의 배경에는 언제나 사회가 있다지만, <경계도시>은 배경이 부각되기보다는 다분히 한 인물의, 인물에 의한, 인물을 위한 작품이었다. 그럴 때 관객은 그 인물에 매력을 느끼는 만큼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그런데 <경계도시 2>는 전작과 비교할 때 완전히 상반되는 성격의 작품이 되었다. 이제 인물은 돌을 지고 연못에 빠진 상황유발자이고, 정작 메인 캐릭터는 와장창 빠진 돌덩이를 맞고 좌중지란하게 되는 연못 속의 사람들이다. 고향에 갈 수 없는 망명자의 처지에 마음 아파하면서 입국을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이, 입국하기만 하면 축하의 플래시를 터뜨려 주리라고, 아니 하다못해 호의적인 시선으로 대해주리라고 생각하고 있던 언론들이, 오히려 그에게 원망의 언사를 던지고 의혹의 기사를 쓴다. 평생을 경계인으로 살았던 그에게 이제 와서 당신의 철학 따위 무시하라고 종용하고 경계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선택하도록 궁지에 몰아넣는다.

그 상황은 갈수록 가관이고 관객은 차분함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 연못에 자기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돌발적인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을 감독은 오히려 작품 속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데 - 그러지 못했다면 작품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 관객은 - 그것도 그 상황이 있은 지 수 년이 지난 후에 보는 것임에도 - 자꾸 나락으로 빠져드는 듯한 자괴감에 할 말을 잃는다. (가슴이 먹먹해서 영화를 함께 본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남의 불행에 가슴 먹먹한 것은 어쩌면 머리로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못난 모습에 먹먹한 것은 자기 가슴을 치는 일이다. 관객이 자기 가슴을 꿍꿍 내려치면서 볼 때 송두율이라는 인물이 당한 고통이 피부 가까이 전해진다.

<경계도시 2>를 본 후 다시 <경계도시>를 볼 때 감독이 “기억하라”고 경고했던 문구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결국 불이 나봐야 우리 집에 소화기가 없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것은, 적어도 소화기는 스스로 알아서 구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사람으로서는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2’를 먼저 보고 나중에 ‘1’을 본 관객이라면 또 다른 종류의 먹먹함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1’이 <경계도시>이기만 했을 때 보고 송두율과 거리감을 좁히지 못했던 관객이 ‘2’를 본 후에 다시 ‘1’을 찾아본다면 회한에 싸인 예언자처럼 불온한 사회의 불길한 구멍을 찾을지 모른다.                                                                           

                                                                                                                                                         - 다큐멘터리 감독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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