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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오!재미동 아카이브에 구비하고 있는 DVD를 특별하게 골라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년 6회에 걸쳐 매회 5편씩의 영화를 골라 추천해주는 코너!

영화인이 추천하는 DVD. 감독 전도희편.

오!재미동 추천 DVD 50th · 2024년 다섯 번째 · 감독·배우 전도희
<환상속의 그대> <비포 선셋> <클로저> <캡틴 판타스틱> <더 파더>

 
  감독·배우 전도희
  <마이 디어>(2023) 감독·출연
  <해피벌스데이>(2022) 출연
  <희지의 세계>(2020) 출연
  <엄마가 결혼한대>(2018) 감독·출연
  <꽃들>(2017) - 감독·출연
제가 정한 테마는 사랑과 헤어지기입니다. 말 그대로 '사랑'&'헤어지기'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무언가)과 헤어지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 이건 좋지. 하면서 고른 많은 영화들을 몇 편 추려서 공통점을 찾으려 하니 문득 영화 속 인물들이 사랑을 하거나, 혹은 헤어지는 과정을 거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런 인물들을 특히나 더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이 내뿜는 솔직하고 재밌는 행동들을 좋아해서인 듯합니다. 아마 현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행동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1년 전쯤, 영화 GV 중 관객분에게서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남들에게는 빠르게 흘러가지만 저한테는 굉장히 긴 시간의) 2-3초가량 고민을 하다가 괜히 거창한 답변을 내놓아야만 될 것 같아,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대답을 얼버무렸습니다. 다른 분들의 막힘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에 괜히 주눅이 들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음식점에서 토핑으로 만약 새우가 딱 하나 나온다면 그걸 선뜻 내어줄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때는 그게 왜인지 말하기가 좀 부끄러워 말을 못한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제 음식 취향을 밝히는 것도 창피하기도 하고요. 조금 순화해서 '좋아하는 것을 양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면 좋았을텐데.. 그때는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새우'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하느라 답변을 미뤄버렸네요. 지금도 누군가 저에게 사랑이 뭐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본다면 "엄.. 잘 모르겠어요.." 하고 잘 들리지도 않게끔 작게 말하겠지만, 사실 제 속마음은 이렇답니다.
제가 쓰고 만든 작은 단편 영화들은 대부분 '헤어지기'에 관련한 내용들입니다. 사실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는 것도 정말 당연한 것인데 어째서 우리는 헤어짐에 그토록 슬퍼하는 걸까요. 그동안 서로 나눠왔던 기억들과 감정들 때문일까요? 헤어짐을 극복하는 것에는 참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가끔은 몇몇 영화들에서 헤어짐을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들과 팁을 터득하기도 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과 헤어지기를 반복하겠죠? 그럴 때, 이 영화들이 가끔은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환상속의 그대
멜로/로맨스 | 한국 | 110분 | 2013
감독 강진아
출연 이희준, 이영진, 한예리
 Archive No.K0757 
어쩌면 사랑과 헤어지기라는 테마에 딱 적합한 영화는 바로 이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혁근이는 지금 사랑하는, 사랑했던 차경과 헤어지고 있습니다. 가끔 어떻든 간에 푹 빠지게 되는 영화가 있는데, 저한테는 이 영화가 그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대학교 초반에 한국 독립 영화들을 많이 보았을 무렵, 단편 ‘백년해로외전’을 먼저 보고, 그다음에 장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반가워하며 보게 된 걸로 기억합니다. 보면서 참 많이 울기도 하고, 좋아하는 장면을 여러 번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참 많이 울기도 하고, 좋아하는 장면을 여러 번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차경, 혁근, 기옥. 이렇게 세 인물을 통해서 우리는 사랑과 헤어지는 방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물들이 겪는 현실과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대화들을 지켜보며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수많은 감정들 사이 내가 느꼈던 기억과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어 곱씹어 보게 됩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 파란색으로 기억됩니다. 영화에서 물이 계속 나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마치 넘치는 물 마냥 마음속 감정들도 같이 울렁울렁 흘러넘치는 것 같습니다. 여러 번 보기에 마냥 재밌고 즐거운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꼭 보셨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헤어짐에 대한 기억이 있으신 분들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비포 선셋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80분 | 2004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Archive No.I1566 
하루 동안 만나고 헤어졌던 남녀가 9년 만에 다시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은 '비포 선셋'은 비포 시리즈(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영화 중 두 번째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두 번째 편을 제일 좋아하는데요. 괜히 몸이 간질거리는 '비포 선라이즈'와 진짜 현실에서 살고 있는듯한 '비포 미드나잇'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제 마음속 제일은 중간에 끼인 '비포 선셋'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마지막 엔딩 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셀린느를 보는 제시의 얼굴이고요. 그래서 집에서 혼자 줄리 델피가 부르는 노래를 유튜브에 검색해가며 기타로 연주하는 법도 배웠습니다.(아주 간단해서 연주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지만요.) 이 영화는 선라이즈의 꿈과 미드나잇의 현실, 그 사이 언저리에서 살짝 떠있는 느낌이 듭니다. 둘의 현실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둘의 관계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다는 환상이 보이는, 양면이 다 느껴지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짧게 만났다가 반 년 후, 다시 만나자는 기약을 한 채 헤어졌다가 결국 9년 만에 다시 만난 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볼 수 있게 만듭니다. 특별한 만남을 가진 그들의 대화에서 우리는 긴장감을 느끼기도 하고, 우리의 기억들을 반추해 보기도 합니다. 6개월 뒤에 만나자는 희망찬 약속을 나눈 채 헤어진 그들이 이제는 현실에 순응하며 살고 있는 모습에 무언가 아쉬운 마음도 생깁니다.
이 영화는 끝날 때까지 이들이 계속 만날지, 아니면 또다시 헤어질지 그 결과를 기대하며 끝까지 보게 되는 힘이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마지막 그 장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나눈 그때의 시간과 감정들이 여전히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열린 결말로 끝나는 그들의 관계에서 희망을 보았을 수도 있겠고요.
실제로 감독과 배우들이 같이 각본 작업을 했기에 그들의 연기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와닿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몇 년간의 개인적인 실제 경험과 생활들이 이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 같아 더욱더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갑자기 어딘가로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짧은 시간 동안 여행을 다녀온 느낌처럼 마치 살짝 둥실 떠있는 느낌이 드는데요.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클로저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98분 | 2004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만
 Archive No.I1632 
'사랑'과 '헤어지기'라는 테마에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영화는 이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여러 번 보게 된 마성의 영화랍니다. 네 인물이 서로 얽히고설킨, 누군가는 막장이라며 좋아하지 않는다 말하지만 저는 왜인지 이상하게 그래서 더 좋기도 합니다. 유명한 노래가 깔리는 오프닝 장면이나 침대에서 연인이 대화하는 장면 등 유명한 장면이 많습니다만 그 장면들 말고도 좋은 장면들이 참 많은 영화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잠깐 빠지자면, 저는 장기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예전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몇 달 전에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해 내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오래전에 본 영화들은 내용이 아예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완전히 내용을 잊어버린 영화도 정말 많습니다. 보았던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보았을 때, 마치 처음 본 영화처럼 느껴지는 게 어찌 보면 좋은 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클로저'를 떠올릴 때면 핑크색의 가발을 쓰고 있는 나탈리 포트만과 사진전 속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얼굴, 2층 계단에서의 싸우던 인물의 얼굴들이 생각납니다. 여러 이미지들이 강렬하게 제 기억 속에 여러 개 남아있는 걸 보아 저에게 있어서는 꽤나 강렬한 영화였음이 분명합니다.
1시간 4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네 명의 인물들은 서로 사랑하고 헤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그것도 굉장히 많이 반복합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이해가 갈랑 말랑하기도 하고, 그저 재밌다는 인상만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인지 처음에는 주인공의 입장에서만 보았고, 다른 인물들을 보면서 '쟤는 왜 저래.'하고 무심하게 지나쳤는데, 여러 번 보다 보니 어쩐지 지금은 각기 다른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슬며시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네 인물들은 단 한 명도 완벽하지 않고, 이상적인 사랑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이상적인 사랑과는 정반대인 사랑만을 보여주고, 모두 다 사랑을 원하지만 어째 상처만 얻고 끝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반복되는 사랑과 헤어짐을 통해 영화는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또 사랑을 넘어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그 답은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캡틴 판타스틱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19분 | 2016
감독 맷 로스
출연 비고 모텐슨, 조지 맥케이
 Archive No.I2541 
헤어짐은 단지 연인과의 사이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관계들에서 일어납니다. '캡틴 판타스틱'에서는 가족의 헤어짐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유, 자급자족, 반물질 주의, 비전통적 교육 철학을 가진 주인공 벤은 여섯 명의 자식들과 함께 숲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슴을 잡아먹거나 과일을 먹고, 학교 대신 책으로 세상을 배우는 조금 특별한 교육을 합니다. 그렇게 생활하는 평화로운 그들에게 벤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레슬리가 병원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들려 옵니다. 어떻게 보면 벤은 아내와의 헤어짐으로, 아이들은 엄마와의 헤어짐으로 영화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랑과 헤어지기라는 테마에 이 영화를 넣은 이유는 벤이 여섯 아이들과 헤어지는, 즉 부모와 자식이 정신적으로 헤어지는 과정을 담아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여섯 아이들의 아빠 벤은 아이들과 헤어지는 과정을 거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몸의 멀어짐이 아닌 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 여러 사상, 생각, 이념과의 이별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선택권이 없던 아이들에게 다시 선택권을 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벤의 성장 이야기라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본인들의 가치관과 생각들을 교육한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것들과는 이별을 할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어떤 한 쪽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습니다. 벤과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모순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다른 사람들을 은근히 깔보기도 하는 등, 자신들의 철학만 고집하려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저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영화가 조금 더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영화라는 것이 무조건 주제의식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관객이 영화를 보았을 때 느끼는 것이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이더라도요. 저는 '캡틴 판타스틱'이 제가 본 영화 중 명확한 주제 의식을 가장 잘 전달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잘 전달하는 영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영화 밖으로 느껴집니다. 이상적인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건네는 듯, 이 영화는 마치 관객에게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선택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더 파더
드라마 | 영국, 프랑스 | 97분 | 2020
감독 플로리안 젤러
출연 안소니 홉킨스, 올리비아 콜맨
 Archive No.K2774 
80세가 넘는 노인, 안소니는 지금 세상의 사랑하는 것들과 헤어지고 있습니다. 치매라는 병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소니의 시점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볼수록 안소니와 같이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우리를 볼 수 있습니다.
'더 파더'는 그동안의 치매를 다룬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듭니다. 잊혀 가고, 잊고, 떠나는. 치매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키워드들을 가지고 휴머니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굉장히 영리하게 조립한 레고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치매라는 소재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기억들이 파괴되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니 마치 심리 스릴러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집 안의 구조들이 계속해서 바뀌는 등 공간과 시간이 왜곡되어 보이고, 기억과 현실이 뒤섞이기 때문에 언뜻 판타지 같기도 하고요.
원작은 감독이 연극 극본으로 썼던 동일한 내용의 이야기인데요. 연극을 바탕으로 각색하고 연출을 했기 때문인지 거의 실내에서만 이야기 진행이 되거나, 설정이 바뀌는 것 또한 계속해서 집 안에서만 바뀌는 등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덕분에 영화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밀도감을 더욱더 높이게 됩니다.
안소니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치매의 현실이 대비되며 안소니가 처한 상황을 보는 이가 공감할 수 있게끔 만드는 독창적인 연출이 인상깊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치매에 대한 불편함이나 아픔으로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닌, 인물들의 감정을 통해서 우리에게 드러낸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단순히 기억만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주변인물들과의 관계의 소중함을 영화는 다시 한번 더 말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물리적으로 잃는다는 것도 매우 슬픈 것이지만 병으로 인해 더 이상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더 파더'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깊이 다루어, 우리들의 미래, 그리고 현재의 삶까지를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여러분도 아마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를 따라가보면 끝에는 '내가 미래에 치매를 겪게 된다면..'하고 자연스레 상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도희 감독이 추천한 영화들을 오!재미동 아카이브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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