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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오!재미동 아카이브에 구비하고 있는 DVD를 특별하게 골라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년 6회에 걸쳐 매회 5편씩의 영화를 골라 추천해주는 코너!

영화인이 추천하는 DVD. 감독 이상민편.

오!재미동 추천 DVD 57th · 2026년 세 번째 · 감독 이상민
머니볼 · 위커 맨 · 귀주 이야기 ·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 소셜 네트워크
 
감독 이상민
<살목지> (2025), <함진아비> (2023) 외 연출
안녕하세요. <함진아비>, <살목지>를 연출한 이상민입니다. 오!재미동 추천DVD에 참여하게 되어서 무척 영광입니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추천하려니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이렇게 영화 얘기로 긴 시간을 고민해 본 건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마침 최근 많이 들은 질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기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하나... 그런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해마다 바뀌는데... 뭘로 하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중, 제가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보고 또 봤던, 수도 없이 많이 봤던 영화들입니다.
아마 모두 그런 영화 몇 편쯤 있으실 겁니다. 괜히 계속 생각나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 이미 내용부터 대사까지 모두 다 달달 외우고 있으면서도 그냥 또 틀어놓고 시간을 보내는 영화들이요. 저는 봤던 영화를 또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영화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딱히 분석을 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냥 틀어놓고 계속 보는 겁니다. 그냥 장면이 좋아서, 연기가 좋아서, 그 순간순간들이 좋아서 또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가장 많이 봤던 영화 다섯 편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대사까지 거의 전부 외운 몇몇 한국 영화들, 예를 들면 <타짜>,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범죄의 재구성>, <살인의 추억>은 수도 없이 보았지만, DVD 추천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제외했습니다.)
 
머니볼
드라마 | 미국 | 133분 | 2011
감독 베넷 밀러
출연 브래드 피트, 조나 힐
 Archive No.I2116 
저는 영화 속에 실제 사건을 촬영한 클립이 들어가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영상이 주는 몰입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머니볼>은 그런 클립들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잘 활용한 작품입니다. 오프닝부터 끝날 때까지 내내 들려오는 캐스터들의 정신없고 거친 목소리와, 픽셀까지 보일 정도로 확대된 TV 화면의 질감은 이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만드는 큰 힘입니다. 영화 중간중간 실제 선수들의 얼굴이 리듬감 있게 삽입되고 극 중 뉴스 화면 속에는 당시 관중들을 실제로 촬영한 클립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흡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또한 이 영화는 그런 실제 클립들을 절묘한 타이밍에 음악과 함께 삽입하며 왠지 모르게 감동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지점들 때문일까요? <머니볼>은 볼 때마다 높은 몰입도로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또 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그냥 대사만 줄줄 치는데도 재미있는 영화가 바로 <머니볼>입니다. 야구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저도 작중에서 나오는 회의 씬을 보면 ‘빌리’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인지가 다른 인물들의 리액션으로 느껴집니다. 이는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이 알아야 할 정보와 감정을 정확하고 섬세하게 짚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출루율이 몇 프로가 되어야 좋은 것인지, 1루수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셔도 됩니다. ‘빌리’ 주변의 인물들이 온갖 표정 연기와 감정 연기로 리액션을 하면서 가르쳐 줄 것입니다.
 
위커 맨
미스터리, 공포 | 영국 | 88분 | 1973
감독 로빈 하디
출연 에드워드 우드워드
 Archive No.I0551 
사실 <위커 맨>을 처음 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함진아비>라는 단편영화를 완성한 뒤, 뒤늦게 <미드소마>의 선배 격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커 맨>을 다 본 뒤, 저는 무척 후회했습니다. <함진아비>를 찍기 전에 이 영화를 먼저 봤어야 했습니다. 그랬으면 좀 더 용기를 갖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비록 뒤늦게 알긴 했지만, 그 뒤로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릅니다. 이 영화는 경찰이 실종된 소녀를 찾으러 작은 섬으로 들어간다는 전형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느낌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마을 주민들의 기괴한 전통과 가치관이 점점 경찰을 위협해 오는 포크 호러 장르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대담한 표현과 기이한 에너지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표현을 이루어 내고야 마는 감독의 용기에 존경심을 가졌습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무뚝뚝하게 말로 그대로 풀어내면 누군가는 “뭐 그딴 영화가 다 있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 속에서 그 장면들을 직접 보게 되면 묘한 중독성을 느끼면서 보게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호러 영화임과 동시에 뮤지컬 영화와 같은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특정 순간마다 마을 주민들이 부르는 기괴한 음악이 무척 인상 깊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뮤지컬 영화와의 차이점이라면, 이 영화에서는 몇몇 곡을 빼면 노래가 사건의 진행과 연관성이 옅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 마을의 기괴함과 비틀림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음악이 나오는 장면들이 무척 중독성이 있습니다.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구나 싶은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귀주 이야기
드라마 | 중국 | 100분 | 1992
감독 장예모
출연 공리
 Archive No.I0922 
영화계에는 사기적인 조합들이 몇몇 있는 것 같습니다.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 구로사와 아키라와 미후네 토시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 등등... 그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조합은 바로 장예모와 공리입니다. 장예모 감독이 배우 공리와 함께 찍은 영화는 전부 환상적입니다. 너무나도 사랑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봅니다. <붉은 수수밭>, <국두>, <홍등>, <인생>, <귀주이야기>, <황후화>, <5일의 마중>까지 너무 좋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귀주이야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무척 소박합니다. 중국 어느 시골 마을에서, ‘귀주’의 남편이 딸만 넷인 촌장에게 남녀 차별적인 악담을 했다가 얻어맞으면서 시작됩니다. ‘귀주’는 임신한 여성으로 남편이 얻어맞고 온 건에 대해 촌장에게 사과를 받으려 합니다. 하지만 촌장이 ‘귀주’의 사과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사과를 받기 위한 ‘귀주’의 노력은 시골에서 도시로, 결국 공안국으로까지 커지게 됩니다.
언뜻 들으면 코믹함마저 느껴지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그 이상의 아이러니와 함의가 들어있습니다. 이 영화를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힘이 바로 이것입니다. 한 인물이 받고자 하는 감정적인 사과와 사회의 시스템에서 규정하는 사과가 일치하지 않는 아이러니,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원망하는 마음이 한순간에 뒤집히게 되는 순간 뒤늦게 찾아오는 행정적 절차의 아이러니, 피해를 입은 당사자보다 사과를 받기로 결심한 타인이 더욱 감정적으로 깊은 상처를 받게 되는 아이러니가 영화 속에 담겨있습니다. 단순하지만 묵직한 이야기는 이런 영화를 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범죄, 스릴러 | 미국 | 121분 | 2015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베네치오 델 토로, 조쉬 브롤린
 Archive No.I2490 
이 영화는 장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샷의 활용이 탁월한 영화이기도 하고, 인물의 감정 표현이나 상황 표현이 무척 좋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야간의 습격 장면은 적외선 캠을 써서 현장감을 극도로 높이기도 했습니다. 담담한 전개와 묵직한 사운드가 굉장히 잘 살아서 피도 눈물도 없는 후아레스라는 공간을 굉장히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가장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주제 의식에 대한 표현입니다. 영화 속에는 세 인물이 나옵니다. 고된 임무에 지쳤지만 사명감을 갖고 이 사건의 목격자가 되는 케이트, 수상쩍지만 작전 성공만을 좇는 껄렁한 맷, 그리고 사냥감을 물어뜯기 위해 이를 갈고 있는 짐승 같은 알레한드로. 케이트는 모범적인 FBI 요원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그에 비해 맷과 알레한드로는 각자의 동기는 다를지언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영화 내내 케이트는 이 모든 상황이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관객에게도 향합니다. 이것이 ‘드니 빌뇌브’ 감독 작품의 매력적인 점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질문을 던지게 된다는 것이죠. ‘악을 처단하기 위해 똑같은 악이 되어도 되는가?’ 라는 이 질문은 감독의 전작 <프리즈너스>에서도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던 테마입니다. 영화 속 가장 좋았던 대사 또한 주제를 잘 보여줍니다. 맷과 알레한드로의 불법적인 수사를 케이트가 검사에게 항의하자 검사가 한 말입니다. “법의 울타리를 벗어날까 걱정이라면 내 단언하네만 그럴 필요 없네. 울타리 범위가 조정됐으니까.”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선과 악의 경계가 조정될 수 있다는 섬뜩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대사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드라마 | 미국 | 120분 | 2010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Archive No.I2050 
<소셜 네트워크>를 몇 번 봤는지 셀 수가 없습니다. 정말로 버스에 타거나 지하철에서 시간이 남을 때, 러닝머신을 탈 때 등등 시간이 난다 싶으면 틀어놓고 보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속사포처럼 대사가 날아오는 오프닝부터 여운이 남는 고요한 엔딩까지, 한 번 틀어놓으면 말 그대로 정신없이 보게 됩니다. 제가 영어 화자였더라면 <타짜>처럼 대사를 달달 외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편집입니다. 빠른 호흡으로 쉴 새 없이 몰아치며 시간대를 넘나듭니다. 두 개의 소송이 서로 다른 시간대로 동시에 진행되면서 페이스북을 창업했던 과거의 이야기까지 전개되지만 매 순간 절묘하게 시간대가 전환되기에 몰입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습니다. 과거에서 벌어졌던 상황의 대사가 현재 소송 중인 시점에서 인물의 입으로 나오면서 평범했을 대사에도 강렬한 임팩트가 주어집니다. 또한 과거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첨예하게 오가기도 합니다. 이는 각본의 힘일 수도 있겠지만 편집적으로 타이밍을 절묘하게 조절한 공도 무척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시점에서 전개되는 사건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인물의 가장 단단한 겉면부터 나약한 내면까지 끌려가게 되는데, 이 점이 <소셜 네트워크>를 몇 번이고 보게 만드는 힘인 것 같습니다.
이상민 감독님의 추천 작품들을 오!재미동 아카이브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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