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영화제 티켓을 잔뜩 얻게 된 저는 친구와 고민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이 맞고, 등급이 맞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그중에 단편영화를 만나게 됩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신선했거든요. 짧은 호흡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던 영화들은 교복을 입고 영화관을 나서는 발걸음을 신나게 만들었습니다.
그 신이 나던 소녀는 나중에 커서 여기 오!재미동에서 상영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첫 기획 상영이 바로 ‘단편영화 일주일 개봉극장’입니다.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단편영화들을 모아 안정적으로, 그리고 퐁당퐁당 상영이 아닌 좋은 시간에 편성해 관객들과 소통할 있도록 하는 것! 몇 회차 진행해 보니 일주일은 길었습니다. 관객도 너무나 분산되어 있었고요. 그래서 지금의 형식, 3일간 저녁에 상영하는 포맷으로 형태를 바꾸고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GV가 있는 날은 오!재미동이 설레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재미동의 큰 행사이자 잔칫날 느낌이랄까요? 작품의 감독님들과 모더레이터가 함께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밤이 깊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고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게 되니까요. 상영의 기회를 얻은 감독님들은 이 자리를 퍽이나 소중하게 생각해 주시기도 합니다.
오!재미동 단편영화 개봉극장은 오!재미동 작은 극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소수의 취향도 극진히 존중받는 작은 극장을 이토록 다양한 영화들이 10년 동안 채워 주었습니다. 그 간 많은 영화들이 오!재미동을 찾아주었고, 다양한 감독님들이 오!재미동과 함께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작은 극장에서 함께 만들어간 시간이 이렇게나 쌓여 자축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전에 없는 코로나라는 녀석 덕분에 2020년과 2021년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재미동 공간을 많은 배우와 감독님이 찾아주신 것도 기억에 남네요. 그렇게 10년을 걸어온 발걸음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