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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백)의 그림자』는 일인칭 화자 은교와 은교의 남자친구 무재, 이 두 사람의 대화와 만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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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을 앞둔 낡은 전자상가에서 일하는 은교와 무재는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지는 세상에서, 그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존재했던 것들에 시선을 두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는 그림자로 나타납니다. 소설 속에서 그림자는 종종 벌떡 일어나거나 커지고, 짙어지거나 옅어지며 사람들을 따라다닙니다. 저마다의 그림자를 진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선 그림자를 따라갔다가 죽음에 이르기도 하고, 무겁게 달라붙은 그림자에 짓눌린 채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은교와 무재는, 그림자를 따라가지 마세요, 라고 당부하며 서로의 곁을 지키고 아주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갑니다. 서로를 응시하고, 조심스럽고 사려 깊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묻고 답하며 이야기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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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부근을 그런 심정과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는데 슬럼이라느니, 그런 말을 들으니 뭔가 억울해지는 거예요. 차라리 그냥 가난하다면 모를까, 슬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치 않은 듯해서 생각을 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라고 무재씨는 말했다.
언제고 밀어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 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걸까요.
슬럼, 하고.
슬럼.
P.126~127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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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처음 출간되었던 이 소설을 15년 만에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15년 전, 저를 사로잡았던 소설은 여전히 쓸쓸하고 애잔하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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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느리게 주고받는 대화는 빠르고 날카롭게 판단하고 평가하기보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언어를 다시 바라보고 질문하게 만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누군가 만나길 기다리며 걸어가는 이들 앞에 아득하게 빛나는 불빛처럼, 이 소설도 잔잔하게 희망과 위로를 건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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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은교와 무재가 주고받는 대화를 천천히 음미하며, 소설이 품은 온기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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