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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GV

오!재미동의 상영전을 통해 여러 분과 만났던 작품들의 리뷰가 모아져 있습니다.
GV에는 보통 감독님들이 오십니다. 감독과 관객이 소규모 극장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들, 시간을 담아둔 공간 입니다.
  • 단편영화 개봉극장 2025.05. '다시, 한 걸음'
  • 드라마  |  2025  |  81분  |  한국
  • 감독 남서정, 윤오성, 이다현
  • 등급 12세
  • 상영일 : 2025.05.08~2025.05.10

GV

 
관객과의 대화 GV 2025.05.09. fri.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울며 여짜오되> 감독  남서정   <연기나는 숲> 감독  이다현   <소양강 소녀> 감독  윤오성 
모더레이터 씨네21 기자  이유채 
 이유채   안녕하세요. 오늘 진행을 맡은 씨네21의 이유채 기자입니다. 저는 세 편의 작품을 보면서 주인공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요. <소양강 소녀>의 주아 같은 경우에는 닭갈비로 대표되는 '춘천'을 지긋지긋해 하는 상황이고, <연기나는 숲>의 희수는 단절된 군 생활 속에서 엄마의 요구대로 아버지의 탄원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게 잘 안 되죠. 또 <울며 여짜오되>의 지서는 가출한  동생을 찾아야 되는데 어른들 중에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요. 세 주인공 모두 답답하고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점이 공통점 같았습니다.
영화의 시작
 이유채   제가 처음 드리고 싶은 질문은 이야기의 출발점에 관한 것인데요. 어떻게 이 이야기를 구성하게 되었고, 인물들을 떠올렸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다현   여러 출발점이 있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군대에서의 기억이에요. 어느날 새벽 2시에 탄약고 초소 근무를 하게 되었어요. 일어나서 걸어나가는데 나가자마자 매캐한 연기에 안개가 잔뜩 껴있더라고요. 계속 냄새가 나고 연기가 보이니까 보고해야 되는 거 아닐까 했는데, 선임이 "어차피 지금 다들 자고 있고, 진짜 불이면 전 근무자들이 뭔가 얘기하지 않았겠냐." 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2시간 동안 연기 속에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불안함이나 슬픈 감정들을 느꼈었던 것 같아요. 이 기억을 청년들이 느끼는 막막함이나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우화적인 이야기로 나중에 풀어보자는 생각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이유채   감독님께서 군 생활에 경험했던 그 장면이 영화와 겹쳐지는 것 같네요. 윤오성 감독님 춘천이 고향이신가요? <소양강 소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윤오성   사실 제 고향은 경기도 동두천입니다. 8년 동안 춘천에서 대학 생활을 했고, 졸업 후에도 동료분들이 있어서 계속 춘천에서 활동을 했었어요. 근데 강원도에서, 특히 춘천에서 영화를 계속 만들다 보니 지역 영화로 제 작품들이 소개 되는 일들이 있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지역 영화로 비춰지는 것이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역 영화가 무엇인지, 지역 출신의 감독이 만든 영화인지 지역을 소재로 만든 영화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내놓기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둘 다 하자'라고 생각을 했어요. 춘천에서만 찍을 수 있는 영화를 춘천에 있는 스태프들과 함께 만들자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춘천에 큰 소양강 처녀상이 있어요. 저도 그 근방을 왔다 갔다하고, 최근에는 동상을 의인화 해서 겨울에 옷을 입혀주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보니 처녀상도 저렇게 20년 넘게 한 자리에 서 있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고, 마치 저 같이 느껴졌어요.
고향 동두천과 춘천이 비슷한 점이 많아요. 분지로 되어 있는 지형도 비슷하고, 도시의 정서도 그렇고요. 저는 어릴 때 동두천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어요. '성인이 되면 꼭 동두천을 벗어나야지.' 라고 했었는데 벗어난 곳이 춘천인 거예요. 그래서 동두천을 싫어했는데도 왜 비슷한 곳에서 계속 살고 있는지 스스로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영화로 풀어봐야겠다란 생각에 <소양강 소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유채   남서정 감독님도 이어서 말씀해주시겠어요?
 남서정   제가 이 영화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소통은 발견하는 것이며 다정함에는 큰 힘이 있다' 라는 것이예요. 대화가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는 것이라면 소통은 대화를 통해서 사람의 내면 혹은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소리로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침묵도 될 수도 있고, 행동이나 호흡까지도 대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를 알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대화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발화자이더라도 어떤 말을 하려는지 들을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고 사회가 그런 분위기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소리의 데시벨이 계급을 나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더 다정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유채   <울며 여짜오되>에서 2009년 겨울로 배경을 특정하셨잖아요. 그 시점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남서정   시나리오를 출발할 때 저의 경험과 지식들이 시나리오의 재료가 된다고 생각해요. 2009년이라는 시대를 생각했을 때,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노스탤지어가 느껴지기도 하고 또 당시 스마트폰 보급률이 2%에 그쳤다고 해요. 그런 과도기에 핸드폰이 없는 친구와 서로 연락이 닿기 어려운 아날로그한 분위기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스마트폰을 비교적 늦게 가져서 소외된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투박해도 용서가 되는 시기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무기력의 시청각화
 이유채   이어서 이다현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아마 관객분들도 그러셨을 것 같은데 영화를 봤을 때 여름의 뙤약볕이 느껴지니까 덥고 목이 마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무기력한 감정들을 시청각적으로 구체화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인공은 군대에 있고 아버지는 감옥에 있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면은 숲이나 나무밖에 없는 상황이고, 색깔도 생동감 있는 것이 아니라 블랙을 많이 섞어서 칙칙하게 느껴지게 하셨고요. 여름은 밝고 건강한 이미지도 있는데 <연기나는 숲>의 여름은 쪄죽을 것 같은 여름으로 그리셨잖아요. 사운드도 진공 상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연기가 피오르는 이미지도 있고요. 감독님께서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다현   말씀하신 무기력함과 끝이 없는 노동의 느낌을 계속 주려고 했어요. 예초를 할 때도 풀이 계속 자라나서 베어야하잖아요. 생동감이 넘치는 여름이 아닌 끝이 없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잡초들도 건강한 느낌이 아니라 위협적인 느낌을 살리려고 했고요. 사운드도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디자인을 했는데, 소리들이 기분 좋은 소리로 들리지 않게 계속 고민했어요. 희수 안에 있는 불안감들을 증폭시키기 위해서 숨소리나 여러 소리를 강조해서 믹싱을 했습니다.
 이유채   군대 공간을 구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촬영 장소 로케이션은 어떻게 구하셨어요?
 이다현   원래는 군대에서 협조를 받아서 찍으려고 했는데 그러다 한 달을 허비했어요. 다음으로 <DP>나 <신병> 같은 군대 배경 작품을 찍은 곳을 찾아가보려고 했으나 예산 문제로 불발됐고요. 결국에는 저희 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에서 미술 감독님의 고생 끝에 실내 장면을 촬영했고, 야외는 열심히 찾아다니다가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풀숲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영화의 핵심! 소양강 처녀상
 이유채   윤오성 감독님은 로케이션 섭외 과정이 어떠셨어요?
 윤오성   저도 쉽지 않았어요. 실제로 다 춘천에 있는 공간들에서 찍었는데요. 강원영상위원회에서 지원을 받아서 협조를 많이 해주셨고, 소통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것들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이 많았거든요. 프리 단계를 시작할 때 PD님한테 제일 먼저 얘기했던 게 처녀상 앞에서 촬영을 못하면 영화가 완성되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다른 장소나 요소들은 시나리오를 고칠 수 있는데 처녀상이 없으면 영화가 존재할 수가 없으니까요. 장소 협조를 받긴 했는데 제약이 많았었어요. 처녀상에 실제로 밧줄을 묶고 싶었는데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태풍이 영화의 중요한 설정이어서 실제로 살수차를 불러서 물을 뿌리고 싶었는데 안전문제로 안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른 방법들을 많이 모색했던 것 같아요.
 이유채   다른 방법은 어떻게 찾으셨어요?
 윤오성   처녀상 밧줄을 푸는 장면은 실제로 저희가 동상을 무너뜨릴 수가 없으니까 컷을 많이 쪼개서 속이려고 했었는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애매하게 찍을 바에 한 테이크로 길게 찍기로 했고, 밧줄을 묶는 장면도 VFX의 힘을 빌려서 표현했어요.
 이유채   밧줄을 푸는 장면에서 주아의 표정이 막 후련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도 아닌 복잡한 표정이었는데 그때 주아의 심경은 어땠을까요?
 윤오성   주아가 정말 기다렸던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춘천에 갇혀 있다는 갑갑함이 컸을 것이고, 엄마와 주변에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분명히 느꼈을 거고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엄마의 감정 일부는 어렴풋이 알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만, 자기도 후에 엄마처럼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더 크지 않았을까 했어요. 
처녀상이 영화 속에서 중요한 메타포잖아요. 그것을 무너뜨림으로써 본인의 어떤 욕망을 해소한다는 통쾌함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한다 하더라도 무엇이 크게 바뀔까?' 라는 감정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 이남경 배우와도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면서 촬영을 했습니다.
시네마틱한 비
 이유채   <울며 여짜오되>도 비하인드가 궁금한 씬이 있었습니다. 중반부에 보면 지서가 "왜 해준이에게 핸드폰을 안 사줬냐" 며 아버지에게 소리를 치는데, 그때 집 안에 있는데도 천둥이 번쩍 치고 비가 내리잖아요. 그리고 아버지가 지서에게 여기 미운 놈 하나 더 있다고 이야기 하는데 이어지는 컷이 지서가 아니라 자리에 없는 해준이란 말이죠. 약간 환상적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한 방법으로 씬을 꾸리셨는데 의도가 무엇이셨을까요?
 남서정   보면서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해준이가 처음 가출을 강행한 날에 비가 왔거든요. 이런 아버지와의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준이가 아버지와 싸웠을 때도 이런 식이었고, 지서 또한 아버지와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비가 내리면서 결국 해결되지 않는, 감정적인 순간을 영화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저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재미를 드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요. 재미라는 것이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몰입도와 흥미라고 생각하거든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관객들이 영화적 체험을 하러 극장에 온 발걸음을 후회하지 않게 하고싶다는 생각이 있을 것 같고, 그런 시네마틱한 순간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것을 위해 지서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외면화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비내리는 장면의 비하인드라고 하면, 굉장히 규모가 있어 보이지만 조악한 현장이었는데요. 저희 엄마가 사용하시는 화분용 분수기로 물을 뿌렸어요. 배우 분들이 욕조에 들어가서 그걸 맞으시고요. 촬영본을 보니까 빛으로 날아간 부분도 있어서 CG를 통해서 보완 작업을 했습니다.
끝에서 들여다보는
 이유채   이어서 <연기나는 숲> 엔딩 장면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희수가 집으로 돌아와 눈을 감더니 울기 시작하잖아요. 그때의 정적이랄지 여운들이 길게 남았습니다. 이때 카메라가 배우에게 굉장히 천천히 다가가잖아요. 빛이 배우님 몸에 들어왔다 나왔다 하는 흐름도 좋았고, 사운드도 참 좋았어요. 그리고 혼자 있는데도 소리 내며 울지 않고 참는 연기를 하잖아요. 전반적인 어울림이 절묘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예민한 촬영 현장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실제로는 어땠을까요?
 이다현   제가 한중 배우님과 이야기를 할 때 감정선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을 한 건 맞습니다. 엔딩의 비하인드를 말씀드리자면 원래 우는 장면이 계획된 건 아니었어요. 모닥불 장면에서 울지 않을까 생각했고, 마지막에는 덤덤하게 앉아서 그 감정들을 소화하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모닥불 장면보다 먼저 엔딩씬을 찍고 있었는데 한중 배우님이 액팅을 그렇게 해주시더라고요. 예상하지 못했어서 다들 놀랐었어요. 근데 이후에 모닥불 장면을 찍을 때는 오히려 안 우시는 거예요. 저는 의아하게 생각해서 디렉팅 할 때 울어도 된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나중에 편집을 하다보니까 자기를 표현할 줄 모르는, 또는 그 감정을 어찌 할 줄 모르는 청년이 마지막에 드디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더 나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엔딩이 정말 절묘했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J와 P의 영화 만들기
 이유채   <울며 여짜오되>에서는 즉흥적인 순간이나 시나리오와 달라진 부분이 있었을까요?
 남서정   저는 MBTI가 파워 J라 콘티가 많이 달라지면 현장에서 당황하는 사람이어서 웬만하면 변수는 없게 했는데요. 언덕 장면을 촬영할 때 해의 방향을 신경 써야해서 촬영 일정을 지키느라 굉장히 힘들었어요. 저희 스태프 분들과 준비를 철저히 해서 오전 분량을 빨리 촬영하고, 해가 딱 언덕 라인에 걸쳤을 때 찍었던 그 순간이 기억에 남네요.
 이유채   <소양강 소녀>는 어땠나요?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요?
 윤오성   저희는 남서정 감독님이랑 반대로 콘티 없이 찍었거든요. 저희는 계획을 하면 항상 실패를 해서 이럴 거면 그냥 가서 판단하자 생각했어요. 둘이서 계속 로케이션을 돌아다니면서 어떤 장면이 필요할지 대략적인 계획은 했는데, 그것들을 이미지화시켜서 스태프들한테 공유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현장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 편이거든요. 그날의 날씨나 배우들의 컨디션 같은 것들이 유동적이고, 특히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촬영하는 것이 독립영화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을 해서요.
 이유채   한 분은 계획적으로 찍으셨고 한 분은 즉흥적으로 찍으셨다고 하니까 재밌네요.
다정한 시선으로 방향을 틀자
 이유채   <울며 여짜오되> 영화에 나오는 중요한 기사 헤드라인이 있잖아요. '순금 덩어리를 들고 나간 아들을 찾습니다.' 를 시작으로 사건의 초점이 바뀐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라진 동생을 찾는 것에서 중요한 물건을 들고 도망간 나쁜 놈을 찾는 이야기로 변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게다가 해준에게 자신들의 아들이 맞았다면서 지서를 찾아오는 엄마들이 나오고요. 그러면서 해준이가 학교 폭력 가해자의 프레임이 씌워지는 상황이 되는데, 이런 식으로 사건을 구성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했습니다.
 남서정   대다수의 기자분들이 언론 헤드라인의 파급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시선을 갖고 있거든요. 헤드라인의 자극성에 끌려서 클릭해보면 아무 알맹이가 없거나 텍스트에 강조된 것과 다른 의도로 작성이 되어있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개인적인 분노를 갖고 있었어요. 키워드의 강조점이 어디로 향하게 했는지에 따라 소중한 아들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금을 훔쳤다는 것에 초점이 맞게 만들었잖아요. 저는 이런 방향성을 생각했어요. '다정함에는 큰 힘이 있다.' 를 표현을 하고 싶었던 이유도 누가 뭘 했는지 비판적인 시선을 갖는 것보다 다정한 시선을 갖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후반부에 지서가 복수심에 학교 폭력 가해자 어머니들의 사진을 악용하려고 하는 발칙한 표정이나 행동 같은 것을 담았는데, 결국 계란빵 트럭을 이용해서 해준이를 찾는 방향으로 틀거든요. 이를 통해서 '다정한 시선으로 방향을 틀자'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부족한 것들을 채워가며
 관객 1   남서정 감독님, 영화가 명랑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BGM도 그렇고 구도나 카메라 무빙도요. 그래서 감독님이 평소에 좋아하시는 장르나 좋아하는 영화가 궁금했습니다.
 남서정   질문 감사합니다. 이번 작품이 졸업 작품이지만 이런 장르를 처음 시도해 봤어요. 전에는 영화의 사회적인 메시지로 관객들을 바꾸고자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그래서 이전 작품들은 사회적 이슈를 담은 무거운 소재의 작품들을 만들었어요. 그러나 영화를 만들다 보니 메시지가 우선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깨달음도 있었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사람들이 스크린에 몰입하게 만들어야한다는 배움도 있었거든요. 단편영화를 만들 때마다 제게 부족한 것들을 채운다는 마음으로 해왔던 거라 이번에는 명랑한 장르를 도전했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박찬욱 감독님의 <헤어져 결심>과 같이 딥한 것들이에요.
연기의 근원을 찾아서
 관객 2   이다현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연기라는 소재가 메인이 되잖아요. 연기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증을 가지고 영화를 봤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속에서 타고 있는 울분이나 화 같은 답답한 것들을 묘사하는 소재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지금 말씀드린 부분이나 또 다른 의미로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다현   관객분들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한 것을 말씀 드리자면 연기가 불의 부산물인데, 희수는 연기가 보이는데 그게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알 수 없잖아요. 영화는 그 근원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나는 숲>의 영문 제목인 'Quiet Fires'를 직역하면 '조용한 불'이라는 뜻이에요. 사람마다 자신만의 연기, 즉 불안감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다 다를 것 같아요. 남의 눈에는 안 보이고 나한테만 보이는 연기로 그런 것들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또 다른 해석들도 궁금하네요.
밧줄을 풀고 떠나다
 관객 3   <소양강 소녀>에서 소양강 처녀상을 묶어 놓은 밧줄처럼 주인공 주아도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붙잡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것이 어머니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또 다른 것들을 생각해 두신 게 있었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사실은 감독님께서 학과 선배님이세요. 저도 타지에 있다가 춘천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감독님도 동두천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었고, 지금은 춘천에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다고 하니까 추후에 가고 싶으신 곳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춘천에서 계속 작업을 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볼지 고민이라서요.
 윤오성   주아가 본인의 고향에 묶여 있는 이유는 단순한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이 춘천에 있고 15살 미성년자잖아요. 혼자 어디 가서 살 수 있는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묶여 있는 거죠. 저는 오히려 주아의 엄마가 춘천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했을 때 할 말이 많은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도 고향이 동두천이신데 계속 동두천에서 지내세요. 누나들도 어머니에게 서울로 오시라고 이야기를 해도 동두천을 고집하시는 이유들이 많더라고요. 할머니가 노쇠하신데 옆에서 계속 보살펴야 되는 것도 있고, 한 지역에서 10-20년 넘게 살다 보면 친한 친구들이라든지 주변 사람들이 그 지역에 생기게 되잖아요. 다른 데 가서 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지 결정하고 떠나기가 어렵잖아요. 주아도 나중에 엄마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아니면 20살 되자마자 춘천에서 도망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서 그 부분은 저도 확실하게 이야기를 못 드릴 것 같아요. 
저도 춘천에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영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장단점이 명확한 것 같아요. 남서정 감독님과 이다현 감독님은 서울에서 작업을 하실텐데 서울에서 얻는 접근성이라든지, 관계자분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는 장점들이 있지만 서울살이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잖아요. 지역에서는 이동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커뮤니티의 끈끈함이라는 장점이 있어요. 구하기 어려운 로케이션들도 기관들에서 협조로 나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있고요. 그런 것들을 더 고민해 보시고 저울질 했을 때, 어떤 것들이 본인한테 더 메리트로 다가올까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유채   감독님은 떠날 계획이 없으신 건가요?
 윤오성   저도 서정 감독님처럼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여실히 느껴요. 그래서 그때마다 다음 스텝의 필요를 느끼는데, 지금이 그런 순간인 것 같고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서 서울에 가는 것을 고민중이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정함을 갈구하는 마음
 관객 4   <울며 여짜오되>에서 지서가 다정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용하고 절제되어 있다고 느꼈거든요. 아버지와 식사하는 장면에서 동생이 숟가락을 먼저 들어서 혼났을 때 지서가 조용히 숟가락을 같이 들어주는 거라든가, 아버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앨범을 뒤져본다던가 하는 장면을 보면서 말을 직접 하지 않아도 동생을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와중에 아버지와 싸우는 씬에서 지서가 굳이 목소리를 높여서 싸웠던 이유가 있나요?
 남서정   세심한 관찰 너무 감사드립니다. 동생 친구 어머니들이 찾아왔을 때 지서가 당차 보이지만 사실 시나리오 지문에 '있는 힘껏 강한 척한다'라고 적어놨거든요. 어른과 미성년자의 싸움이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강한 척을 하는 게 잠깐은 가능할지 몰라도 집에 돌아와서 한 풀 꺾이고,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풀린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집에서 자기의 내면을 다 드러낼 수 있는 부모님을 만나는 순간 본심이 본능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서가 폭발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던 그 부분이 서사의 흐름점으로 생각했습니다. 왜 핸드폰 안 사줬냐고 윽박지르는 부분은 우리들을 왜 사랑해주지 않냐는 것을 다르게 표현을 한 거에요. 그리고 저는 사진을 찍을 때 피사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해준이를 포착한 사진이 없다는 것도 사랑의 비중이 작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었어요. 그렇게 지서가 참아왔던 설움을 표출하고 다정을 갈구하는 마음을 표현했던 거죠.
춘천을 가로지르며
 관객 5   <소양강 소녀>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저도 대학 생활을 춘천에서 해서 한 5년 정도 살았거든요. 사실 소양강 댐이랑 소양강 처녀상의 거리가 꽤 멀잖아요. 차로 한 30분 정도 되는 거리일 텐데 주인공과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걸 보고 '강철 체력이구나.' 생각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코멘트 하실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원테이크로 찍었던 밧줄 푸는 장면은 몇 번이나 찍으셨는지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윤오성   모르실 줄 알았는데 말씀하신 것 처럼 굉장히 멉니다. 영화 안에서 공간이 멀다는 걸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까, 소양강 댐이 있고 처녀상이 있는 춘천 안에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닌다는 것 정도만 생각을 했는데 디테일하게 잘 알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
밧줄 푸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제 기억상 여섯 번을 찍었는데 다섯 번째 테이크를 사용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거의 1-2분 정도 되고 무빙도 많은 장면이어서 많이 찍지는 못했는데요. 사실 처음에 핸드헬드로 찍고 싶지 않았어요. 프레임 안에 이 소녀가 갇혀 있는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촬영 감독님께서 제안을 해 주셨던 게 짐벌을 사용해서 주인공의 에너지나 생동감을 표현하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짐벌 장비를 빌려 활용해보자고 결심했어요. 배우와 카메라 동선 같은 것들을 촬영일 아침부터 찍을 때까지 고민했어요. 제작팀은 강풍기 들고 배우를 쫓아다니고, 물을 뿌리고... 테이크를 가면 갈수록 스태프들이 지친 게 보이는 거예요. 사실 다섯 번째 테이크가 마음에 들었는데 갈수록 괜찮아지는 게 보여서 한번 더 촬영하자고 했는데 다들 제가 마음에 든 것을 눈치 챘는지 다음 테이크에서 대충 하더라고요. 강풍기 바람도 정확히 얼굴을 쏘다가 몸으로 내려가고, 비도 찔끔찔금 내리거나 와락 쏟아지는 것들이 보여서 여기까지만 찍자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유채   질문과 답변 감사합니다. 추가로 오늘 춘천인들의 활약에도 감사드립니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은데요. 오늘 비가 많이 왔는데도 자리 빛내주시고 늦게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독님들 성함 기억했다가 나중에 차기작 나오면 꼭 찾아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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